외부적 인간
사실 린킨파크를 제외하고 내가 가장 오래 좋아하고 있는 밴드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9와 숫자들'이다.가을과 겨울에 너무나 어울리는 밴드. 한 권의 책을 음악으로 만드는 밴드인 것 같다.수많은 명곡들이 있고 인지도도 높으니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이들을 수많은 사람들이 '나만 알고 싶은 밴드'로 꼽는 것 같지만 그래선 안 된다. 그렇게 아끼다가 큰일난다.좋은 것은 널리널리. 세일즈맨의 마음으로. 보컬 9를 비롯해 멤버들에게 0, 3, 4 등의 숫자로 된 예명이 있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도 좋다. 이 노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이다. ('빙글'이라는 곡도 매우 좋아한다.)아마 9와 숫자들 노래 중에 가장 많이 들은 곡일 것 같은데 (오래 들은 곡은 아니고)어떤 새벽에는 이 노래..
라이브 영상을 한참 찾았는데,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애초에 버터플라이 라이브 영상이 많이 없다) 음원만 올린다.리듬이 좋아서 여름에 듣기에 딱 좋다. 벌써 13년이나 된 곡이지만, 하나도 촌스럽지 않다.큰 소리로 틀어놓고 내적 댄스 추고 싶게 만드는 음악. 아님 막 고개라도 박자에 맞춰 흔들고 싶다.도입부부터 사람을 확 휘어잡는 힘이 있고, 움치둠칫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 노래는 데파페페 1집 (2005년, Let's Go!) 에 실린 노래인데, 발매되자마자 우연한 기회에 접하고 나서부터 기타를 영원한 꿈처럼(;) 여기게 되었다. 그때부터 기타가 치고 싶었는데 아직까지도 기타를 치지 못하니 슬프지만...(ㅠㅠ)물론 배우려는 시도는 있었고 기타도 여러 대 샀다가 팔기를 반복했었는데 (심지..
작년에 대학원엘 들어가서 운 좋게도 바로 학교 연극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세 가지의 옴니버스 이야기를 모아 올리는 극이었다.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세 가지 이야기를 세 작가가 써낸 셈인데, 이 주제로 의견이 모아지고 나서 나는 꽤 빠르게 극을 구상했다. 거짓말, 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가식'이 떠올랐고 그러다 보니 엄마와 나의 관계를 연쇄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다. 엄마와 딸. 처음에는 너무 사적인 얘기일까봐 고민했지만, 의외로 사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을 쓰면서, 그리고 쓰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란, -설사 아버지가 가족 내에 부재하고 있더라도- 필연적으로 가부장제의 폐단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었다. 희곡을 쓰기 위해 수많은 책들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엄마와 딸'의 관계가..
'record' 카데고리에 노래를 올리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컴퓨터를 켜야만 하기에) 일일이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자면 정말이지 끝도 없기 때문에 신승은씨의 노래는 아껴두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새벽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가수 황인경씨가 또 내가 좋아하는 신승은씨의 노래를 커버해 올렸기에 백업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좋아하는 가수가 불러주는 것만도 좋은데 조금 더 좋아하는 목소리로 새로이 듣는 일은 다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것도 저것도 불러달라고 하고 싶지만 당연히 그거야 못하는 거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소망하고 기뻐하는 중이다. 이것도 저것도 불러달라고 해서 불러주는 기적이 생기는 것도 기쁘지만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나는거리에서 산다 우리 인간에게 뿌리가 있었던 적이 있는가 사실대로 말하자. 인간에게는 애초부터 뿌리란 없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그러나 사실은 사실일 뿐이다. 인간인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뿌리라는 것은 욕망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욕망하는 많은 것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사람들은 그렇게도 두려워한다. 왜냐하면 뿌리가 없다는 사실을, 뿌리가 없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두 다리로 지상에서 걸어다니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나는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뿌리에 관한 욕망 속에서 산다면, 나는 뿌리에 관한 욕망을 지워 버린 욕망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