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때로 가로등 불빛 아래 그들이 보인다. 그들은 알 수 없는 몽상에 잠겨, 푸른 물웅덩이 위를 떠다니며, 꼼짝도 않고, 조금 취한 듯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세상에 자신들뿐이라고 느끼며, 서로를 바라보지 않게 된다면 어디에 눈길을 두어야 할지 모르는 채, 서로 끌어안고 한참을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청록빛 어둠에 에워싸여 모든 것을 잊고 자신도 잊은 채, 사랑의 심연을 표류한다. 미지근하고 들척지근한 땀 송송 배어나는 심장을 셔츠 아래 감추고, 깍지 낀 손가락 사이로 터무니없이 작게 보이기도 하는 그 거대한 푸르름에 빠져. 기차가 출발하려 할 때면, 그들은 부두에 남아 있는 이들을 향해 창 너머로 살며시 손 흔들어 보인다. 하고픈 말들로 한껏 부풀어오른 두 눈으로, 사랑 어린 눈길로 그들을 바라본다..
아침밥 나는 죽은 사람들이 좋다. 죽은 사람들이 괜히 좋아지는 것도 병이라면 병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의 수보다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수가 더 많으니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보다 먼저 죽은 사람들과 모두 함께 다시 태어나고 싶다. 대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죽고 싶다. 내가 먼저 죽어서 그들 때문에 슬퍼했던 마음들을 되갚아주고 싶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눈물을 참다가 더운 육개장에 소주를 마시고 진미채에 맥주를 마시고 허정허정 집으로 들어가는 기분, 그리고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서야 터져나오던 눈물을 그들에게도 되돌려주고 싶다. 그렇게 울다가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난 아침, 부은 눈과 여전히 아픈 마음과 입맛은 없지만 그래도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