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녹은 이후 눈사람이 녹고 있다 눈사람은 내색하지 않는다 죽어가는 부분은 에스키모인은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막대기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선다고 한다 마음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걷는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이 사라질 때까지 그들은 막대기를 꽂고 돌아온다고 하는데 그렇게 알 수 없는 곳에 도달해서 투명하게 되어 돌아온다고 하는데 나는 어디로 간 것입니까 왜 돌아오질 않죠 불 꺼진 방 안에서 바닥에 이마를 대고 얼음처럼 기다렸는데 누군가가 돌아올까 봐 창문을 열어두고 갔는데 햇빛 아래 죽어가는 부분이 남아서 흘러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발밑으로 엉망인 바닥으로 형태가 무너지는 눈사람 이렇게 귀향이 어려울 줄은 몰랐는데 흰 눈으로 사람을 만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런 걸 봄이라고 한다면 이영주, 『어떤 사랑도..
룸306의 노래를 듣다보면 시를 노래로 만든다는 것이 이런 것이겠구나 (실은 모든 노래가 시이지만, 비유로서) 싶다. 들리는 모든 말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어서 유독 좋은 노래들 중 하나.
손님 외국인들이 앉아 있다. 이곳은 우리 집인데, 외국어만 쓸 수 있다. 나는 언어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거실 안을 빙빙 돈다. 주전자에서 눈부신 연기가 올라와 흩어지고. 부드러운 음성. 깃털처럼 언어들이 떠다닌다. 부드러운 날개. 나는 손을 뻗어 흩날리는 소리를 잡아본다. 의미를 잃어버리면 이렇게 공중으로 천천히 떠오를 수 있을까. 서로에게 닿지 않는 의미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창밖에서는 흰 눈이 펄펄 내리고. 알 수 없는 말이 들려오고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나는 우리 집에서 가장 조용한 사람이 된다. 외국인들이 깃털을 털듯 서로의 어깨를 쓸어주고 있다. 더 깊은 의미를 잃어버리면 날개를 접고 우리 집을 떠나 새로운 집으로 갈 수 있을까. 창밖에는 폭설이 쏟아지고. 우리 집에서 홀로 집을 잃은 나는 외..
겨울 밤에 어울리는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