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혼자를 누리는 일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 놓친 그 고독은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그러한 고독의 맛을 결코 음미해본 적이 없다면 그때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놓쳤으며 무엇을 잃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지그문트 바우만,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조은명·강지은 옮김, 동녘, 2012, p. 31. (……) 외롭다. 하지만 그게 좋다. 이 사실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건, 외로운 상태는 좋지 않은 상태라고 흔히..
나방 세 장의 낙엽으로 분해되어 꿈 밖으로 떨어진다 밖은 춥고 그 밖은 더 춥고 안은 없고 그 안은 더 없고 슬픈 집들은 성처럼 보인다* * 제오르제 바코비아, 「신비」(『납』, 김정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7). 장승리, 『반과거』, 문학과지성사, 2019, p. 24
생의 한가운데 너는 처음 본 절벽 떨어지는 내내 너와 눈 마주칠 수 있다니 장승리, 『반과거』, 문학과지성사, 2019, p. 28
신승은님의 사랑 노래는 너무 덤덤하고 그래서 더 꾹꾹 눌러쓴 느낌이 난다. 정말 많이 들었는데 새삼 와닿는다. 내 마음은 너무 평범해서 당신이 지금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볼 수도 없는 그 마음, 그 마음. '어떤 음악가도 노래로 부르진 않을' 이야기를 결국 음악으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마음은 너무 복잡해서 정말로 묘사가 따라갈 수 없다. 모서리를 사이에 두고 앉는다는 문장도 너무 좋아. 끝나지 않을 대화를 하자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