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밤의 거리에서 혼자 밤을 향해 가고 있었다 길고 좁고 어두운 길에 사람이 엉켜 있었다 포옹인지 클린치인지 알 수 없었다 둘러 갈 길 없었다 나는 이어폰 빼고 발소리를 죽였다 팔꿈치를 벽에 대고 한 사람이 울기 시작했다 야 너무하잖아 지나는 사람 붙잡고 물어보자 누구 말이 맞는지 가려보자며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멈칫 둘러보니 행인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난 긴장하며 고개 숙여 기다렸다 이 순간 내가 저들의 생에 중대한 판단을 내려야 하나 보다 원투 스트레이트 촌각의 글러브가 심장을 쳤다 가로등 밑에서 편지를 읽던 밤이 떠올랐다 달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렇게 씌어 있던 우린 이어지지 않았다 그 젊은 연인들은 나한테 접근하다가 둘의 그림자만 거죽처럼 흘리고 갔다 얘들아 나도 불가피하게 사람인데 너무한 거..
아직 여름이 채 다 오지도 않았는데 겨울이 왔으면 좋겠다. 눈 올 때 듣는 노래라고 내가 2015년에 올려놨더라고. 지금도 여전히 듣고 있다. '당신에게 편지를 남겨둘게요' 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아름다운 곡.
밝은 성 안개 짙은 날에는 걷기만 했지 죽는 날 듣게 될 음악을 생각하며 웃었어 친구들도 웃었지 맞닿은 어깨들이 빛나 보였어 먼 곳의 도시가 능히 그러듯이 피어오르는 빛을 따라서 안개는 몸을 지우며 길을 펼쳤다 친구들, 안개 속에서 크고 환하며 안개 걷히면 보이지 않는 친구가 없는 내 친구들 사과와 크레용, 장미나 의자 따위 저마다 대수롭지 않은 사물들을 손에 쥐고 그것을 신앙이라 밝히길 두려워 않았던 친구들이 울었어 어두운 도시로 걸었지 지울 몸이 없어 도시로 가는 길도 없는 흑암 속을 걷는 친구들 그곳이 도시인줄 모르던 친구들, 내가 죽은 뒤에도 내 친구들이었던 친구들 신실했고, 저마다 아껴 듣는 음악이 있었던 내 친구들 송승언, 『철과 오크』, 문학과지성사, 2015, p. 98-99
나카모리 아키나, 눈물은 장식이 아니야
雨に煙った飛行場はモノクローム 비에 흐려진 비행장은 모노크롬 傘を捨ててコートを脱ぐ 우산을 버리고 코트를 벗어 銀の翼が唸りをあげ走りだせば 은빛 날개가 윙윙대며 달리기 시작하면 窓をつたう愛のしずく 飛び散った 창을 타고 흐르는 사랑의 물방울이 흩날려 あなたの孤独、その清しさに心うばわれ 너의 고독, 그 깨끗함에 마음을 빼앗겨 激しく求めた記憶 격하게 원했던 기억 春の宵 光の夏 途切れたフィルム 봄의 초저녁 빛의 여름 중단된 필름 すべてを覆いかくす雲の上で 모든 것을 덮는 구름의 위에선 静けさに包まれていよう 고요함에 둘러 쌓일 것만 같아 不様な塗り絵のようなあの街も 흉하게 칠해진 그림 같은 그 거리도 花びらに染まってゆくのだろう 꽃잎에 물들어 버리고 말겠지 今はただ春をやり過ごすだけさ 지금은 그저 봄을 통과하고 있을 뿐야 地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