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보석 같은 일본 밴드를 발견! (이미 유명했던 것 같지만 나는 뒤늦게) 트위터에서는 주접을 떨어두었어도 역시 블로그에 백업하는 게 찐이기 때문에. 언젠가 시간이 나면 가사를 구해다 번역해보고 싶은데, 일단 꽂혀 있을 때 올려두는 게 좋은 것 같아서. 묘한 리듬이 좋다. 이 앨범의 전곡이 다 마음에 든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름에서 이런 밴드를 발견하면 기분이 좋은 쪽으로 묘해진다.
작은 틈이라 해도 햇빛 어느새 스며드네 채우고 채워도 허전한 내 주머니 속 이래저래 피곤한 내 손톱 밑에까지 깊은 곳이라 해도 햇빛 어느새 스며드네 어지럽게 엉켜있는 작은 내 서랍 속 오랜 시간 속에 쌓인 그 침묵 위에까지 커튼 활짝 열어야지 눈부시게 기뻐 춤추는 먼지들 리마스터 버전.
질의응답 정면에서 찍은 거울 안에 아무도 없다 죽은 사람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 버티다가 울었던 완벽한 여름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슬픔 같은 건 다 망가져버렸으면 좋겠다 어째서 침묵은 검고, 낮고 깊은 목소리일까 심해의 끝까지 가닿은 문 같다 아직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이 났다 안미옥, 『온』, 창비시선, 2017, p. 38
캔들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안미옥, 『온』, 창비시선, 2017, p. 24-25
요즘 듣기 좋은 노래. 더 더워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