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널 보다가 널 보낼 수 있게만 해줘"
가장 좋아하는 퍼포먼스.역시 이전 블로그에 있던 것을 옮겨둔다.
토요일 친구야 너는 육손이었지친구들에게여섯 번째 손가락이 있던 자리를 보여줄 때나는 너의 흉터가 부러웠어 친구들의 눈동자와여섯 번째 상상력과 기차를 타면 자꾸만 풍경이 지나간다풍경은 한 번도 지나간 적이 없다는 것을알았을 때 귀밑에서 손가락이 만져졌지 친구야 너는 토요일에 죽었지다른 친구들의 눈동자가너의 사인을 자살이라고 적을 때나는 추락사라고 쓰고 있다 어떤 책에는 신이 인간을여섯 번째 날에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어여섯 번째 날에 태어난 사람들이 자꾸 돌아다닌다지나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신의 손가락 개수가 궁금했었어그건 쓰여있지 않아서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가 육손이였으면 좋겠다여섯 번째 날에 세어볼 수 있게 너처럼 잘라버렸다면상상으로라도 아플 수 있게 네가 잘라버린 손가락을 무의미라고 부를 때나는 ..
야광충의 밤
검은 홍합 검은 냄비 속에 검은 홍합이 가득하다켜켜로 쌓인 홍합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홍합과 홍합의 틈바구니에소리가 묻혔다 냄비에는 찬물이 들어 있고홍합은 바다에서 왔다 한 번도 물에 들어간 적이 없어요한 번도 물에 빠져본 적이 없어요 옷을 입고 가스 불에 올려졌다불꽃은 새파랗고 추워저절로 부딪히던 이를 넣고 입이 닫혔다무서워 파도를 입고 입고 입고단단해졌다 갇혔다 물이 들어오지 않게 붙지 않는 입을 꽉 다물고 있던 것가라앉지 않기 위해 끝까지 주먹을 풀지 않았던 것 홍합이 덜그럭거리며 끓어올랐다딱딱 이를 부딪치듯이 여기는 아직도 구겨진 벽거품이 넘친다 냄비 뚜껑이 열린다 어린 손목이 알고 있는 시계는 어디에서 멈췄을까 홍합이 벌어지고 있다선홍색 잇몸이 보인다 이원, 『사랑은 탄생하라』, 문학과지성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