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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본문

scrap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이제나 2020. 3. 26. 20:42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p. 11


가장 첫 페이지에 있는 시이고 내가 아직까지도 아주 좋아하고 선명히 기억하는 시 중에 하나이다.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보면서 아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 라고 생각하는 저녁

그 저녁을 생각한다. 아마 그는 식탁에 혼자 앉아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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