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사이토 마리코, 서울 본문
서울
사람이 어깨만이 돼서 거리에 넘친다
버스 기사님이 어깨만이 돼서 우리를 싣고 달린다
연인들이 어깨만이 돼서 타박타박 걸어간다
이 거리는 어깨만으로 남아 서 있다
사람들이 어깨만이 돼서 부딪쳐 간다
버스 기사님이 어깨만이 돼서 우리를 버리러 달려간다
연인들이 어깨만이 돼서 넘어져 간다
이 거리는 어깨만 남아 짖는다
어깨 너머 잊힌 달이 헐떡거린다
이 어깨에는 그림자가 없다
사이토 마리코, 『단 하나의 눈송이』, 봄날의 책 세계시인선II, 2018, p.28
일본 시인이 외국어인 한국어로 쓴 두 번째 시집.
첫번째 시집 『입국』은 절판인데다 찾기도 힘들어 볼 수 없었다. 읽어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이 시집이 한국어로 쓴 마지막 시집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외국인이 한국어를 다루는 방식에서 묘한 울림을 느낀다. 시집 전체에는 90년대 한국이 외국인의 시선으로 잘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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