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김언, 지금 본문
지금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지금 말하라. 지금 무엇을 말하는지. 어떻게 말하고 왜 말하는지. 이유도 경위도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은 기준이다. 지금이 변하고 있다. 변하기 전에 말하라. 변하면서 말하고 변한 다음에도 말하라.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아니면 지금이라도 말하라. 지나가기 전에 말하라. 한순간이라도 말하라. 지금은 변한다. 지금이 절대적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이 되어버린 지금이. 지금이 될 수 없는 지금을 말하라.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 말하라.
김언, 『한 문장』, 문학과지성사, 2018, p. 9
이 시집에 실려 있는 첫 시이고, 방금 펴들었는데 첫 시를 읽자마자 압도 당했다. 그래서 옮겨둔다.
'scrap'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니, 마지막은 왼손으로 (0) | 2018.05.08 |
---|---|
임현, 일인칭들 (0) | 2018.04.22 |
이성복, 빛에게 (0) | 2018.01.12 |
수나우라 타일러, 비건·괴짜들, 그리고 동물들 (0) | 2017.11.30 |
후안 마요르가, 천국으로 가는 길 (0) | 2017.09.19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