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오드리 로드, 살아남기 위한 기도 본문
살아남기 위한 기도
A Litany for Survival
중대하면서도 홀로 내려야 할
결단의 벼랑 끝에 언제나 선 채
물가에서 살아가는 우리 중 몇몇을 위해
선택이라는 잠깐의 꿈조차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우리 중 몇몇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꿈이
우리의 죽음을 닮아 가지 않도록
아이들의 입에 넣어 줄 빵과 같은
미래들을
길러 낼 단 하나의 지금을 찾아
안팎을 살피고
전후를 보느라
새벽 사이의 시간대에
문간을 드나들면서 사랑하는
우리 중 몇몇을 위해
우리 어머니의 젖과 함께 두려움을 배우는
이마 한가운데 새겨진 흐릿한 선처럼
공포를 각인받은
우리 중 몇몇을 위해
조금의 안전이라도 찾으리라는 이 환상이라는
무기로
발걸음이 무거운 자들이 우리가 침묵하기 바랐으므로
우리 모두에게 있어
이 순간과 이 승리에 이르기까지
우린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해가 뜨면 우리는 두려워한다
해가 계속되지 않을까 봐
해가 지면 우리는 두려워한다
아침에 다시 뜨지 않을까 봐
배가 부르면 두려워한다
소화가 되지 않을까 봐
배가 텅 비면 두려워한다
다시는 먹지 못할까 봐
사랑받을 때 두려워한다
사랑이 사라질까 봐
홀로 있을 때 두려워한다
사랑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그리고 말을 할 때 두려워한다
우리의 말이 들리지 않을까 봐
환대받지 않을까 봐
하지만 우리가 침묵한 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두렵다.
그러니 말하는 게 낫다
우리는 애초 살아남을 운명이 아니었음을
기억하면서.
오드리 로드, 『블랙 유니콘』, 송섬별 옮김, 움직씨, 2019, p. 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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