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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로드, 살아남기 위한 기도 본문

scrap

오드리 로드, 살아남기 위한 기도

이제나 2020. 11. 15. 00:19

살아남기 위한 기도

A Litany for Survival

 

 

중대하면서도 홀로 내려야 할

결단의 벼랑 끝에 언제나 선 채

물가에서 살아가는 우리 중 몇몇을 위해

선택이라는 잠깐의 꿈조차도

마음껏 누릴 수 없는 우리 중 몇몇을 위해

우리 아이들의 꿈이

우리의 죽음을 닮아 가지 않도록

아이들의 입에 넣어 줄 빵과 같은

미래들을

길러 낼 단 하나의 지금을 찾아

안팎을 살피고

전후를 보느라

새벽 사이의 시간대에

문간을 드나들면서 사랑하는

우리 중 몇몇을 위해

 

우리 어머니의 젖과 함께 두려움을 배우는

이마 한가운데 새겨진 흐릿한 선처럼

공포를 각인받은

우리 중 몇몇을 위해

조금의 안전이라도 찾으리라는 이 환상이라는

무기로

발걸음이 무거운 자들이 우리가 침묵하기 바랐으므로

우리 모두에게 있어

이 순간과 이 승리에 이르기까지

우린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해가 뜨면 우리는 두려워한다

해가 계속되지 않을까 봐

해가 지면 우리는 두려워한다

아침에 다시 뜨지 않을까 봐

배가 부르면 두려워한다

소화가 되지 않을까 봐

배가 텅 비면 두려워한다

다시는 먹지 못할까 봐

사랑받을 때 두려워한다

사랑이 사라질까 봐

홀로 있을 때 두려워한다

사랑이 돌아오지 않을까 봐

그리고 말을 할 때 두려워한다

우리의 말이 들리지 않을까 봐

환대받지 않을까 봐

하지만 우리가 침묵한 때에도

우리는 여전히 두렵다.

 

그러니 말하는 게 낫다

우리는 애초 살아남을 운명이 아니었음을

기억하면서.

 

오드리 로드, 『블랙 유니콘』, 송섬별 옮김, 움직씨, 2019, p. 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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