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하재연, 우주 바깥에서 본문
우주 바깥에서
추위가 없었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은
꼭 이런 방식이어야 할까.
외계인에게 손가락이 주어진다면
다른 생물에게 온도를 전달하며 생명을 유지하게 될까.
뜨거운 열역학적 죽음들 사이로
시간이 흐른다.
어둠이 완벽하게 얼어붙어 있다.
나의 호흡이 매 순간 사라질 것만 같다.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서의 나
손아귀 속의 따뜻함은
너와 나의 삶을 손상시키지 않고
이곳 건너편의 이곳으로 옮겨 갈 수 있을까.
상처난 아이의 발가락이 조개껍데기 안에 담기듯이.
하재연, 『우주적인 안녕』, 문학과지성사, 2019, p. 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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