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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적 인간

허수경, 목련 본문

scrap

허수경, 목련

이제나 2018. 10. 6. 20:59

목련


뭐 해요?

없는 길 보고 있어요


그럼 눈이 많이 시리겠어요

예, 눈이 시려설랑 없는 세계가 보일 지경이에요


없는 세계는 없고 그 뒤안에는

나비들이 장만한 한 보따리 날개의 안개만 남았네요


예, 여적 그러고 있어요

길도 나비 날개의 안개 속으로 그 보따리 속으로 사라져버렸네요


한데

낮달의 말은 마음에 걸려 있어요

흰 손 위로 고여든 분홍의 고요 같아요


하냥

당신이 지면서 보낸 편지를 읽고 있어요

짧네요 편지, 그래서 섭섭하네요


예, 하지만 아직 본 적 없는 눈동자 같아서

이 절정의 오후는 떨리면서 칼이 되어가네요


뭐 해요?

예, 여적 그러고 있어요

목련, 가네요


허수경,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2016, p. 50-51


"짧네요 편지, 그래서 섭섭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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