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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경,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함께 비를 맞으며 (신승은cover) 본문

record

황인경,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함께 비를 맞으며 (신승은cover)

이제나 2018. 7. 18. 17:15


'record' 카데고리에 노래를 올리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고 (컴퓨터를 켜야만 하기에) 일일이 좋아하는 노래를 소개하자면 정말이지 끝도 없기 때문에 신승은씨의 노래는 아껴두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 새벽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가수 황인경씨가 또 내가 좋아하는 신승은씨의 노래를 커버해 올렸기에 백업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좋아하는 가수가 불러주는 것만도 좋은데 조금 더 좋아하는 목소리로 새로이 듣는 일은 다른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다. 할 수만 있다면 이것도 저것도 불러달라고 하고 싶지만 당연히 그거야 못하는 거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소망하고 기뻐하는 중이다. 이것도 저것도 불러달라고 해서 불러주는 기적이 생기는 것도 기쁘지만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면 아주 멀리서나마 취향이나 마음 같은 것이 통했나 하는 생각(혹은 망상)이 들어 두 배로 기뻐진다.


가사 중에 '네가 세상을 천천히 보는 난 그 눈빛이 정말 멋있어

난 그 속도에 맞춰 산책하는 강아지가 되고 싶어' 라는 부분이 있는데,

황인경씨는 커버를 하면서 '강아지'를 '고양이'로 바꾸어 불렀다.

산책하는 고양이를 상상한다. 함께 산책하고 돌아와 정성스레 발을 씻어주고 고양이의 정수리 냄새를 듬뿍 맡고 싶은 느낌.

이 생각을 하다 몹시 벅차올라서 글을 쓰다 말고 자고 있는 고양이를 꼭 끌어안고 배에다 이마를 묻었다.


이런 사소한 변화를 깨달을 때면 어쩐지 눈을 질끈 감게 된다. 너무 좋아서.

(새삼 '너무'라는 단어를 긍정형에도 쓸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사실 커버 버전에서 마지막에 마이크를 내려놓는(끄는) 작은 소리도 너무 좋다.

'네가'를 '니가' '너가' 등으로 부르지 않고 '네가'라고 분명하게 발음해주는 것도 너무너무 좋다. 

(이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또 참 많은데 쪼금 크리피하니까(?) 아껴야지)


끝없이, 좋다.


이 곡은 신승은씨의 1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고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곡은 '넌 별로 날 안 좋아해'인데 사실 우위를 매기기가 어렵다. 듣는 내내 나와 함께 걷는 듯한 이 노래를 너무 아껴둔 것 같아서 나 혼자만의 블로그지만 그래도 이번을 계기로 조금은 반성을 했다.

진흙 속에서 진주를 모으는 느낌으로 보석함에 차곡차곡 쌓아야지. 모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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