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잔나비,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본문
가을은 너무 쓸쓸해서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 사이는 조금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정수리를 뜨겁게 달구던 더위가 한 걸음쯤 물러서고 선선한 밤공기가 나를 감쌀 때.
이유 없이 해질녘 한강에 가서 저 끝에서부터 서서히 하나씩 켜지기 시작하는 가로등을 바라보고 싶을 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목적지도 없이 헤매면서 한없이 걷고 싶을 때.
혜화에서부터 동대문을 넘어 을지로 일대까지 걸었던 날이 있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유독 그날 신은 신발은 불편했고 집에 돌아오니 발이 퉁퉁 부었는데,
높은 굽의 신발을 벗고 현관을 딛으니 푹신한 느낌이 드는 게 신기해서 현관 앞을 뱅글뱅글 돌며 또 걸었다.
이 무렵이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우리는 또 걷겠지. 끝없이. 정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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