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적 인간
김제형, 넌 진실인 것처럼 굴었지/의심이 많아진 사람의 마음이 있었지 본문
김제형님의 노래는 몹시 신중하다는 인상을 준다. 한참이나 바람을 가늠하고 날리는 종이비행기처럼,
잠든 이가 깰까봐 머리맡을 조심조심 딛는 양말 신은 발처럼, 시끄러운 거리를 걷다가 멀리 보이는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슬쩍 카메라를 내미는 엉거주춤한 자세처럼, 세밀하고 진지한 이야기들이 신중하게 담겨있다.
앨범 표지에서처럼 전곡을 듣고 있으면 그가 풀 많은 거리를 달렸다가 걸었다가 달렸다가 걷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와중에도 그는 지나가는 풍경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며, 누가 들어도 하나하나 정성들인 트랙을 듣는 우리도 그와 함께 걷다가 달리다가 또 걷다가 달릴 것만 같다. 나아가는 게 목적이 아니기에, 빠르게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에, 끝까지 우리는 그 길을 몸으로 직접 달리게 될 것이다. 신중한 마음은 결코 금세 날아가지 않으므로.
오랜만에 진짜 정성들인 한정식 한 상 차림 먹는 느낌이다.
'실패담', '인정투쟁'도 넘 좋다. 전곡이 다 좋아!
'record' 카테고리의 다른 글
キリンジ(kirinji), 十四時過ぎのカゲロウ(14시 이후의 아지랑이) (0) | 2020.11.16 |
---|---|
Fiona Apple, Limp (0) | 2020.10.20 |
박성연, 물안개 (0) | 2020.08.26 |
The Mills Brothers, You Always Hurt The One You Love (0) | 2020.08.11 |
never young beach, やさしいままで (다정한 채로) (0) | 2020.08.03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