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마요르가, 천국으로 가는 길
IV. 유럽의 심장
11.
사령관
배우의 비애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나? 이제는 무슨 얘기인지 알겠지. 막이 내리고 갑자기 말과 표정으로 된 이 모든 세계, 이 모든 세계가 사라져 버리네. 막이 내리면 배우한테는 아무것도 안 남지.
(침묵)
배우가 못을 박고 있지. 갑자기 막이 내리고. 그러면 깨닫게 되는 거야. 그러면 갑자기, 뭔가 끔찍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지. 그러니까 배우가 못을 박고 있을 때, 못을 박고 있지만, 그건 동시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야.
(침묵)
막이 내리고 배우는 손에 망치를 들고 있어. 그 망치로 뭘 해야 할지 몰라.
(침묵)
막이 내리고 배우는 삶으로 돌아오지. 그런데 삶이 항상 달콤한 게 아니라는 거 자네도 나처럼 잘 알 걸세, 삶이 항상 달콤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천국에 살고 있는 게 아니잖아, 게르하르트. 어쩌면, 언젠가는 그럴 수도.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침묵)
막이 내린다. 그리고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침묵)
"우리는 꿈과 똑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우리네 하찮은 인생은 꿈속에 갇혀 있다." <템페스트> 제 4막 1장. 갑자기 환상이 깨진다. 환상이 깨지고 모든 것이 삶으로 돌아온다, 그것이 더 끔찍하다. (후략)
(노래를 흥얼거린다. 침묵)
그걸 배우의 비애라고 부르네. 막이 내려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지. 삶은 계속되어야 해, 하지만 어떻게? 막이 내리고 자네는 손에 망치를 가지고 있단 말이야. 손을 가지고 있다고. 발, 몸. 하지만, 막이 내린 다음에 그 모든 걸 가지고 뭘 하겠어? 배우들은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건 다 알아, 게르하르트. 대사와 표정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게 유일한 진실이야. 어떤 사람이 못을 박고 있을 때, 못을 박고 있지만 그건 동시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야.
후안 마요르가, 『천국으로 가는 길』, 김재선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 2013, p.81-87